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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위로,생각,일상,행복

20년 하던 사업을 정리하며 배운 인간 군상들 그리고 결국 남은 것들

아무생각없이 시작한 '사업정리' 라는 이름의 전쟁....

처음엔 그저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사업을 빨리 정리하는게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사업이기에 마음 잘 맞는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면 금액과 조건 그리고 일정만 맞으면 쉽게 정리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업 매각도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였으며, 결국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얼굴들이 숨어 있었다.

 

1. 웃으면서 칼을 숨긴 사람

처음 사업체를 인수하겠다고 호감을 보이며 나타난 사람을 만났을 때 그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말했다. “원만하게 가야죠.” "사업체가 너무 마음에 드네요" 등 환심을 사는 말과 행동으로 나의 호감을 샀다. 물론 사업체를 처음 정리해보는 나로써는 진심으로 내 사업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 이 일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 뿐이였으니까... 그리고 모두 믿었다. 인수자가 원하는 사업의 모든 자료들도 가능한 모두 내어 주었다. 그렇게 2주를 내 사업체를 인수할것처럼 하던  그 사람은 갑자기 연락을 받지 않고 성의 없는 문자 한통으로 더이상 사업체의 매입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전화로 이유를 묻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나는 느꼈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건 노골적인 적이 아니라, 선의의 얼굴을 한 모습의 적이라고. 그동안 수십년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겪고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건 나의 순진한 착각이였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을 겪으며 느낀 확실한 점 한가지는 정상적인 사람의 범주는 늘 한정돼 있고, 행동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반면 이상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 유형은 끝이 없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 방식도 늘 새롭다.

세상은 늘 정상보다 ‘비정상’에 의해 더 많이 흔들린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매번 겪지만 적응이 잘 안된다.

 

2. 좋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이익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색

다행이도 힘든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은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사업의 인수는 잘 추진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내가 하던 사업의 가치를 눈여겨보던 다른 회사가 나서서 내 업체를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자와의 계약을 물리라는 말을 했다. 자기 회사에서 모든 위약금을 물고 권리금도 더 많이 주겠다고 말이다.

당연히 기존의 계약자와의 신뢰와 법적 문제도 있기에 거절 했지만 회사의 태도가 너무나 완고했다. 나는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신뢰를 저버리고 돈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약속을 지킬것인가? TV에서나 보던 드라마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니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신의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마음에 큰 갈등이 일어났다. 어떻게 할것인가? 고민이 점점 깊어질 무렵 돌연 큰 금액을 제안하던 회사에서는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고 매입의사를 철회했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회사에서 이렇게 지키지도 못할 말을 쉽게 할 수있을까? 만약에라도 내가 섣부르게 기존에 매매를 추진 하던 사장님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이 회사와 서둘러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면... 하마터면 20년 동안의 사업을 하며 쌓은 나의 신뢰와 평판도 다 날아가고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이였다. 너무나 화가나고 분노했다. 그래서 기존의 계약을 중간에 방해하던 회사에 강력히 항의 했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할수 있는 일은 없었다. 윗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아래사람들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결과만이 오롯이 내 몫이었다.

 

 이번 사업 매각을 추진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평소엔 의리와 신뢰를 말하던 사람들이 돈이 관련되고 자신의 이익이 관련되고, 또 불리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며, 자신이 불리해지면 감정을 앞세우며, 나를 몰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사람은 위기에서 진짜 본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너무나 뻔하고 상투적인 문장이지만 막상 몸소 겪어보니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

 

3 나 자신에 대한 분노

어쩌면, 사실 가장 마음 아팠던 변심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사람들을 좋게만 보고 사람들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해왔다. ‘설마 그사람이 그러기야하겠어?’라며 작은 신호를 무시했고, '좋은게 좋은거지'  '불편한것보다는 내가 손해보는게 낫지'  '다른 사람도 내맘 같을 거야'  ‘좋게 끝내자’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회피하며 나의 기준을 낮췄다.

그리고 언제나 참으며 상대를 배려했다. 물론 사소한 부분에서의 배려와 참을성은 너무나 좋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와 이익이 관련된 부분에서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항상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저 만만하고 쉬운 먹잇감일뿐이였다. 더 강하지 못하고 독하지 못한 나 자신의 마음상태가 싫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들을 겪으며 확실히 예전보다는 강한고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필요할때는 할말도 하고 아닌것에는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말이다. 

 

4. 인간 군상 속에서 남은 감정들

분노, 허탈, 자책, 그리고 깊은 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대한 회의. 나 자신의 강하지 못함에 화가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분명히 보였다. 내곁을 지켜준 진짜 나의 편들이 말이다.

 

-끝까지 나를 응원하고 조언해준 친구들

-함께 화내고 공감해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 동생

-아무 조건 없이 걱정해주고 나를 믿어주는 가족

 

 

5. 결국 남는 건 '가족'이었다.

하루 하루가 무너진 날, 아무 말 없이 밥을 차려주는 아내. 성과도 결과도 없어도 그냥 존재 자체로 나를 그 자체로 받아주는 가족들.

언제나 아빠 편인 사랑스런 아이들... 언제나 가족은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주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정작 나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든든한 존재들인지를 말이다. 

 

오히려 나는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 으시대며 큰소리 치는 사람들, 좋은 차를 몰고 큰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처럼 되고 싶었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었고, 그들과 같은 자리에 서고 싶어
나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정작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 무너지고 버티기조차 어려웠던 시간에 그들은 내 곁에 없었다.

말 한마디 없이, 조건 없이, 끝까지 나를 지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는 오직 가족과 친구들 뿐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쫓아가던 성공의 모습과 내 삶을 실제로 지탱해주는 힘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아주 가까운곳에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이제는 안다. 결국 끝까지 남는 건 가족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기록은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다” “그 상황이 비정상이었다” " 그리고 당신에게는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혹시 힘들고 지쳤있다면, 잠시 멈춰서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친구들을 한 번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들에게 조용히 말해보자.
고맙다고. 내 곁에 있어줘서.

그들의 말 한마디, 그들의 응원 한마디가 우리를 다시 한 번 견디게 만든다.

그들의 응원 한마디가 오늘 한 걸음을 더 전진하면 된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우리가 다시 힘차게 살아가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