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7시에 어김없이 눈이 자연스레 떠진다.
일에 특성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얼마 되지 않는 소중한
휴가를 낭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어딘가에서 맞물려서인듯하다.
커텐을 걷어내자 창밖에 하늘은 흐리고, 비가 내린다.
그래서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나?
그러다 다시 잠들었다 눈을 뜨니 오전 11시이다.
가볍게 몸을 풀고, 세수를 하고, 쳇 베이커의 음악을 튼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한다.
매뉴는 연어와 된장찌개.
식사 후에는 어제 사온 빵을 꺼낸다.
이상한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버터를 발라 노릇하게 굽는다. 우유와 함께 먹는다.
쫀득하니 괜찮다.
이제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이런 순간이 너무 좋다.
오늘은 비도오고 우중충하니 멋을 조금 부려야겠다.
바라쿠타 G9 자켓, 옥스퍼드 셔츠, 네이비 니트 타이에
크림색 데님에 팀버랜드 보트슈즈로 매치해봤다.
거울을 보니, 덥수룩한 수염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라는 게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 같다.


걸어서 5분거리의 단골 커피숍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공기가 차갑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장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앉는 자리는 늘 정해져 있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디카페인 바닐라 라떼
읽고 싶은 책을 펼친다. 몇 페이지 읽다가, 문득 생각들이 떠오르면 다이어리에 적는다.
가끔은 책을 덮고 주변을 본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옷차림. 그리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충분하다고 느껴질 때 자리에서 일어난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피곤해서 잠깐 잠이들었다. 아내의 저녁 먹으라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은 소시지 야채볶음, 콩이 들어간 흰쌀밥, 된장찌개다.
익숙한 맛이지만 참 행복하다.
식사를 마치고 분리수거를 한다. 집이 조금 깨끗해지고
내마음도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이제 넷플릭스를 켠다. 이름은 트랜스포머 원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땅콩과 오징어를 먹으며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본다.
이제 오랜만에 화장실을 청소를 하고, 집을 정리한다.
그리고 문득 다이어리를 펼친다. 겉표지가 심심한 다이어리에
스누피와 곰돌이 푸 스티커를 붙인다. 조금 유치하지만, 나쁘지 않다.
이제 조금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잠들 생각이다.
월요일인 내일도, 괜찮은 하루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