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고 뿌듯했던 3일
11월 1일 토요일,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입원을 했다.
그 순간부터 아이들 돌봄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되었다.
막연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놀아주고, 달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아내는 일요일 퇴원 예정이었지만, 후유증으로 일정이 연기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막내가 독감에 걸렸고, 일요일부터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아이를 돌봐야 했다.
그러다 일요일 밤, 막내의 열이 갑자기 39.7도까지 심하게 올라
밤 11시에 급히 병원으로 향했고, 결국 입원을 하게 되었다.
큰아이는 장모님과 함께 자게 되었고, 나는 막내와 어색하고 낯선 병실에 누웠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었지만,
아픈 와중에도 꾹 참고 버티는 6살 막내의 모습이
나를 더 아프게, 또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잠결에 “엄마 보고 싶어…”라며 조용히 말하며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데,
부모로서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애잔하고, 가엽고, 미안하기도하고, 또 너무 사랑스러웠다.
불편하고 낯선 병실에서 아이와 함께 잠들었고,
다행히 월요일 아침이 되자 열이 내려 퇴원을 할 수 있게되었다.
웃긴건 아침으로 나온 미역국, 호박무침, 김치, 베이컨 에그 스크램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 막내와 짐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집에 도착해서 생기가 돌면서 편하게 노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육계장을 끓여주었다.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월요일과 화요일, 아이들 때문에 일을 쉴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오랜만에 아무 일정 없는 시간이 주는 자유가
이상하리만큼 좋았다.

월요일 밤에는 큰아이와 막내, 그리고 나와 세 명이 방에서 함께 잤다.
작은 노란 조명 아래 아이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하고, 웃고, 장난치며 떠들었다.
그 순간이 문득 내가 어렸을 적 동생과, 혹은 친구들과 작은 방 이불 속에 숨어
속닥거리며 웃던 기억과 겹쳐졌다. 말로 표현 할 수없는 설렘과
따뜻함이 그대로 마음에 되살아났다.
가슴 한켠에서 몽글몽글한 행복이 피어올랐고,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유난히도 맑은 정신으로 눈을 떴다.
8시 30분, 큰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막내도 함께했다.
큰 아이가 학교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마음을 스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이렇게 가까워지고
사랑과 행복을 온몸으로 느낀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감정,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